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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만 같았던 두 달 동안의 여정이 이제 곧 끝나려 합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경험할 외국생활이었고, 마지막 한 학기를 남겨두었기 때문에 사실 무척이나 갈까 말까 고민했었던 이번 GLP. 하지만 귀국일자를 며칠 앞둔 지금! 저는 제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이번 겨울방학은 제게 있어 대학생활 중 가장 중요한 기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취업을 위해, 자신의 목표를 위해 잠잘 시간도 거르며 공부해도 모자랄 시간. 저는 필리핀 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아는 사람이라곤 아무도 없는 미지의 땅에 발걸음을 내딛었습니다. 하지만 출발하기도 전에 좋은 사람들을 만나 마음을 한결 가볍게 하여 세부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학교에 도착하여 시험을 치르고, 그 다음날부터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저희 아카데미인 UV ESL에서 하루에 그룹수업 3시간, 맨투맨 3시간으로 이루어진 시간표를 받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외국인과의 대화 경험이 거의 없었던 저는 처음에 무척 겁을 먹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첫 번째 수업이었던 그룹수업이 시작되고, 친절한 티처와 일본인 친구들과 말을 트게 되면서 한결 자신감이 붙게 되었습니다.

 

물론, 학생들이 이 곳에 온 목적은 다들 조금씩 다르겠지만, 공통적인 목표는 영어실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연수가 끝난 지금도 제 실력은 한참 모자라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이 곳에서 얻을 수 있었던 것 중에 가장 값진 것은 바로 외국인 공포증을 이겨낸 것이었습니다. 그로 인해 온통 외국인들 밖에 없는 이 곳에서 매사에 자신감을 얻게 되었고, 현재 어디 가서도 최소한 원하는 바를 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이 곳에서 토익이나 토익스피킹과 같은 어학점수를 취득하는 것에 중점을 둬서 공부하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더욱 더 비상할 수 있는 기반을 닦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얼핏 보면 달라진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 자신이 생각하기에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라 했습니다.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 저에게는 그게 필요했습니다.

 

주중에 공부를 하고 주말이면 어김없이 밖으로 나갔습니다. 이왕 여기까지 온 거 하나라도 더 배우고 더 보고 더 듣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주말에는 거의 기숙사에 붙어있지 않고 돌아다녔던 것 같습니다. 친구들과 여행도 자주 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태어나서 그렇게 아름다운 바다를 본 것은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해양도시인 여수에서 태어나서 지금까지 바다만 보고 자랐습니다. 그래서 이곳에 오기 전에는 “바다가 다르면 얼마나 다르겠어, 거기서 거기지” 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필리핀의 바다는 한국 바다와는 달랐습니다. 말라파스쿠아, 반타얀, 날루수완... 정말 아름다운 곳들이었습니다. 특히 반타얀의 해변은 절대 잊지 못 할 것입니다. 영화에서만, 사진에서만 보던 그 곳을 제가 직접 보는 느낌은 정말 색다른 느낌이었습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필리핀의 작은 보라카이라는 보홀 섬을 못 가봤다는 것입니다. 지진 때문에 연기되고, 태풍 소식 때문에 연기되고... 결국 보홀은 갈 수 없었지만 귀국이 3일 남은 지금도 계속 보홀 섬이 생각납니다. 차후에 필리핀에, 세부에 다시 오게 된다면 가장 먼저 들릴 곳이 바로 보홀 섬입니다.

 

써놓고 보니 세부시티 외 광고만 한 것 같은데 세부시티 내에서도 볼 곳이 많습니다. 일단 유명하지만 위험하다는 산토리뇨 성당과 그 옆 카본 시장, 콜론. 지금까지 못 가본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며칠 남지 않았지만 꼭 가볼 예정입니다. 그 곳은 값 싼 기념품들이 많다고 합니다. 단지 조심해야 될 것은 치안이 좋지 않은 지역이라 이 곳을 갈 때에는 많은 일행들이 함께 가는 것이 좋으며, 되도록 티처와 같은 현지인을 대동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세부 최대의 쇼핑 지역인 아얄라 몰과 SM몰은 누구나가 한번쯤 들리는 곳입니다. 그 곳은 전주의 어떤 쇼핑센터보다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고 있으며 많은 매장이 입점해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생활용품과 선물을 사러 자주 들렸습니다. 아얄라 같은 경우에는 거의 전주의 객사와 같은 곳으로써 약속 장소로 주로 이용되던 곳입니다.

 

크라운리젠시 호텔은 세부에서 거의 가장 높은 건물로 알고 있습니다. 40여층으로 이루어진 건물의 꼭대기에는 스카이워커와 엣지코스터와 같은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데 높은 곳에서 이루어지는 특별한 경험(?)이라고 생각하시면 편할 듯합니다. 직접 와서 즐겨보시길! 친구들과 함께 오면 달라진 친구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탑스와 같은 곳은 세부에서 가장 높은 지역으로써 온 도시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주간보다는 야간에 이 곳에서 밝게 빛나는 세부시티를 보는 것이 진리라 생각합니다. 아무것도 없고 찻집 하나만 덩그러이 놓여있는 곳이지만 산 위에서 밤바람을 쐬며 세부시티를 내려다보는 것은 또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이 곳까지 올라오는 길은 생각보다 험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올라오지만 안전을 위해 택시를 타고 올라오는 것을 추천합니다. 중요한 것은 위에서는 새로운 택시를 잡기 거의 불가능 하므로 오기 전에 기사와 미리 협상을 해야합니다.

 

세부에서 배운 또 한 가지는 바로 지진입니다. 일찍이 한국에서 쉽게 접해보지 못한 지진을 수업 도중 느꼈습니다. 그리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으나, 확실히 느낄 수 있었고 처음 접해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공포심을 느꼈었던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예정보다 일찍 한국으로 돌아가는 친구들도 생겼습니다. 이 후 몇 차례의 여진이 있었지만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재난을 당하는 것은 정말 무서운 일이지만, 이렇게 직접 경험을 해보고. 후에 이 같은 상황이 다시 일어났을 때 취해야할 방법을 배우게 된 것은 또 하나의 제 자산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쓰다 보니 제 자신의 여행 후기가 아닌 이 곳에 올 사람들에게 남겨주는 정보성 글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이 곳에서 많은 것을 가져가야겠다는 생각을 무작정 하는 것보다는, 이 곳을 즐기면서 자신만의 작은 목표를 이뤄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저는 두 달동안의 짧은 시간동안 그동안 알지 못했던 것을 보고, 배우고,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두 달 동안 한국에 있었다면 지금보다 표면적인 어학성적을 높일 수는 있었을 지 모르겠지만, 이러한 경험은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은 정말 유쾌한 일이었습니다.

 

이제 이 곳에서 얻은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제 자신의 새로운 길을 만들어나가려 합니다. 후에 지인 중 누군가가 저에게 GLP에 대한 자문을 구한다면, 저는 주저하지 않고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틀에 박힌 대학생활을 통해 좀 더 빨리 네 길을 가고자 않다면 GLP는 잘못된 선택이다. 하지만 조금 돌아가더라도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자 한다면 GLP는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